126:0.1 예수가 땅에서 일생 동안에 겪은 모든 체험 가운데, 열네 살 때와 열다섯 살 때가 가장 어려웠던 해였다. 자기의 신성과 운명을 비로소 깨달은 뒤에, 그에게 깃드는 조절자와 상당히 많이 교통하기 전에, 이 두 해는 유란시아에서 파란 많았던 일생에서 가장 시련이 많은 해였다. 큰 시험, 참 유혹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은 이 2년 동안이었다. 어떤 젊은이도 청년기의 혼란과 적응하는 문제들을 거치면서, 예수가 어린 시절부터 청년이 되는 과도기에 겪은 것보다 더 결정적인 시험을 겪지는 않았다.
126:0.2 예수가 젊은이로 성장하는 이 중요한 기간은 예루살렘 방문을 마치고 그가 나사렛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되었다. 아들을 다시 찾아왔다는 것, 예수가 집으로 돌아와서 의무에 충실한 아들이 되었다는 것―언제라도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그의 장래를 위하여 세운 계획에 그가 이제부터 더 반응이 있으리라 생각하고서 마리아는 처음에 행복했다. 그러나 물질적 망상, 그리고 남이 알아주지 않는 이 가족이 지닌 긍지(矜持)의 밝은 빛을 오래 즐기도록 예정되지는 않았다. 금방 그 여자는 전보다 더 철저하게 미몽에서 깨어나야 했다. 소년은 점점 더 아버지와 함께 다녔고, 문제를 가지고 어머니에게 오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으며, 한편 어째서 이 세상 일, 그리고 그와 아버지 일의 관계를 자주 번갈아서 숙고하는지 부모는 갈수록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그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참으로 사랑했다.
126:0.3 나이가 들면서 예수는 유대 민족을 불쌍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졌지만, 해가 지남에 따라서, 머리 속에서 아버지의 성전에 정치적으로 임명된 사제들이 있다는 것에 차츰 의분(義憤)이 커졌다. 예수는 진지한 바리새인과 정직한 서기관들을 크게 존경했지만, 위선적인 바리새인과 정직하지 않은 신학자들을 크게 경멸하였다. 성실하지 않은 모든 종교 지도자를 경시하였다. 이스라엘의 지도층을 자세히 훑어보았을 때, 자기가 유대인이 기대하는 메시아가 되는 가능성을 좋게 보려는 유혹을 가끔 받았지만, 결코 그러한 유혹에 무릎을 꿇지 않았다.
126:0.4 예루살렘에서 성전의 현자(賢者)들 사이에 그가 공훈을 세운 이야기는 온 나사렛, 특히 회당 학교에서 예전에 그를 가르치던 선생들에게 흐뭇한 일이었다. 한동안, 사람마다 그를 칭찬하는 말이 입에서 그치지 않았다. 온 마을이 그가 어릴 때 보인 지혜와 칭찬할 만한 행동을 하나하나 열거하였고, 이스라엘에서 그가 큰 지도자가 될 운명을 가졌다, 마침내 갈릴리의 나사렛에서 정말로 위대한 선생이 나올 것이라 예언했다. 그리고 그가 열다섯 살이 되어, 안식일에 회당에서 성서를 정기적으로 읽도록 허락될 때를 모두가 기대했다.
126:1.1 이 해는 달력으로 열네 살이 되는 생일을 맞는 해이다. 그는 멍에를 잘 만드는 사람이 되었고, 캔바스와 가죽 다루는 일을 잘 했다. 급속히, 그는 또한 솜씨 있는 목수이자 가구공(家具工)이 되고 있었다. 이 해 여름에 그는 기도하고 명상하려고 나사렛 북서쪽에 있는 언덕 꼭대기까지 자주 다녔다. 그는 땅에서 자신을 수여하는 일의 성질을 차츰 더욱 자각하게 되었다.
126:1.2 이 언덕은, 1백 년 조금 더 전에, “바알의 산당”이었고, 이제는 이스라엘의 이름난 성자 시므온의 무덤 자리였다[1]. 이 시므온의 언덕 꼭대기로부터 예수는 나사렛과 둘러싼 시골을 내려다보았다. 메기도를 바라보고, 에집트 군대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큰 승리를 거두고, 후일에 어떻게 또 다른 그런 군대가 유다 왕 요시아를 물리쳤는가 하는 이야기를 회상하곤 했다[2]. 멀지 않은 곳에, 타나크를 바라볼 수 있었고, 거기서 드보라와 바락이 시세라를 물리쳤다[3]. 멀리 도탄산을 볼 수 있었는데, 거기서 요셉의 형제들이 그를 에집트인의 노예로 팔았다고 가르침을 받았다[4]. 그리고 나서 그는 에발과 게리짐으로 눈을 돌리고 아브라함ㆍ야곱ㆍ아비멜렉의 전통을 스스로 열거하곤 했다. 이처럼 머리 속에서 아버지 요셉의 민족 역사와 전통에 있는 사건들을 돌이켜보고 곰곰이 살펴보았다.
126:1.3 그는 회당 선생들 밑에서 상급 독서 과목을 줄곧 공부해 나갔고, 또한 동생들이 적당한 나이에 이르자 그들의 가정 교육을 계속했다.
126:1.4 그가 다음 해 8월에 열다섯이 될 때 예루살렘으로 갈 계획이 세워졌기 때문에, 예루살렘에서 예수의 오랜 공부 과정에 드는 학비를 물려고, 이 해 일찍부터 요셉은 나사렛과 가버나움에 있는 재산으로부터 나오는 소득을 따로 떼어 놓도록 주선하였다.
126:1.5 이 해가 시작되자, 요셉과 마리아는 맏아들의 운명에 관하여 자주 의심을 품었다. 그는 정말로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지만, 몹시 이해하기 힘들고 헤아리기 어려웠고, 게다가 특별하거나 기적 같은 일은 하나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 자랑스러운 어머니는 수십 번 숨을 죽이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서서, 아들이 어떤 초인간이나 기적 같은 일을 해내는가 보려고 기대했지만, 언제나 희망은 물거품이 되어 어머니는 몹시 실망하였다. 이 모두가 어머니를 낙심하게 하고, 아니 마음 아프게 하였다. 선지자, 그리고 약속된 운명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부름받은 사실을 증거하고, 기적을 행하고 놀라운 일을 함으로 신으로부터 받은 권한을 증명한다고 그 시절의 경건한 사람들은 참으로 믿었다. 그러나 예수는 이런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의 앞날을 깊이 생각하면서 부모의 혼란이 꾸준히 늘어났다.
126:1.6 나사렛 가족의 나아진 경제 사정은 집 근처에서 여러 면으로, 특히 반반한 흰 판자들의 수가 늘어난 데서 나타났는데, 이것은 글 쓰는 판자로 쓰였고, 목탄으로 글을 썼다. 예수에게 또한 음악 수업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허용되었고, 그는 하프 켜기를 몹시 좋아했다.
126:1.7 이 해 내내, 예수는 “사람과 하나님의 총애를 받으며 자랐다”고 참으로 말할 수 있다[5]. 가족의 전망은 좋아 보였고, 앞날은 밝았다.
126:2.1 9월 25일, 운명의 그 화요일까지 만사가 순조로웠다. 이날 세포리스에서 달려 온 한 사람이, 요셉이 총독의 저택에서 일하다가, 기중기가 떨어져 몹시 다쳤다는 비극의 소식을 이 나사렛 가정으로 가져왔다. 세포리스에서 온 사자는 요셉의 집으로 가던 길에 작업장에 멈추어 예수에게 아버지의 사고를 알렸고, 그들은 함께 집으로 가서 슬픈 소식을 마리아에게 알렸다. 예수는 즉시 아버지에게 가고 싶었지만, 마리아는 자기가 남편 곁에 서둘러 가야 한다는 것 외에 아무 말에도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때 열 살인 야고보가 세포리스까지 자기를 따라가고 한편 예수에게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동생들과 함께 집에 남아 있으라고 지시했는데, 왜냐하면 요셉이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셉은 마리아가 도착하기 전에, 부상(負傷) 때문에 죽었다. 그들은 요셉을 나사렛으로 모셔 왔고, 다음 날 그는 선조들과 함께 묻혔다.
126:2.2 전망이 좋고 앞날이 밝아 보였던 바로 그때, 겉보기에는 모진 손이 나사렛 가족의 머리를 내려쳤다. 이 집안의 일은 쑥밭이 되었으며, 예수와 그의 장래 교육을 위한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이 소년 목수는 이제 막 만으로 열네 살이 되었고, 땅에서 육체를 입고서 신의 성품을 드러내라는, 하늘 아버지의 명령을 수행해야 할 뿐 아니라, 또한 과부가 된 어머니와 일곱 동생과 태어날 아기까지 보살필 책임을 젊은 인간 성품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나사렛 젊은이는 이제, 이렇게 갑자기 아버지를 여읜 가족의 유일한 기둥이자 위로가 되었다. 한 인간 가족의 머리가 되고 동생들에게 가장(家長)이 되고 어머니를 부양하고 보호하며, 아버지의 집, 즉 이 세상에 있는 동안 그가 알게 된 유일한 가정의 보호자로서 활동하는 데 따르는 책임은 무겁지만, 상당히 교육이 되고 훈련이 된다. 이렇게 이 책임을 아주 일찍 맡도록 이 운명의 젊은이를 강요할 자연스러운 사건들이 유란시아에서 일어나는 것이 허락되었다.
126:2.3 예수는 갑작스럽게 밀어닥친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끝까지 충실히 수행해 나갔다. 적어도, 일생에서 한 가지 큰 문제이며 예상했던 곤경이 비극으로 해결되었다―이제는 사람들이 그가 랍비들 밑에서 공부하려고 예루살렘으로 가기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었다. 예수가 “누구의 제자도 되지 않았다”하는 것은 언제나 참말이었다. 가장 낮은 어린아이들로부터도 언제나 기꺼이 배우려 했지만, 그는 결코 인간적 근원으로부터 진리를 가르칠 권한을 얻지 않았다[6].
126:2.4 아직까지, 태어나기 전에 가브리엘이 어머니를 방문한 사실에 대하여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 대중에게 봉사하는 일이 시작될 때, 세례받은 날에, 그는 이 말을 요한으로부터 들었을 뿐이다.
126:2.5 해가 지남에 따라서, 나사렛의 이 젊은 목수는 갈수록 모든 사회 제도와 종교 관습을 변함없는 이 방법으로 시험하게 되었다: 그것이 인간의 혼을 위하여 무엇을 하는가? 하나님을 사람에게 가까이 오시게 하는가? 사람을 하나님께로 데려오는가? 이 젊은이가 인생에서 오락 및 사회적 면을 온통 소홀히 하지는 않았어도, 가족을 보살피는 것과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땅에서 행하려고 준비하는 것, 꼭 이 두 가지 목적에 그는 더욱 시간과 에너지를 바쳤다.
126:2.6 이 해에는 겨울 저녁에 예수가 하프 켜는 것을 듣고, (소년이 솜씨 좋은 이야기꾼이었으니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그리스 성서 읽는 것을 들으려고 이웃 사람들이 들리는 것이 관습이 되었다.
126:2.7 죽을 때에 요셉이 어지간히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정의 경제적인 일은 계속해서 썩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예수는 일찍부터 날카로운 사업 판단력과 재무의 지혜를 가졌음을 보였다.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썼지만 검소했고, 저축하고 있었지만 관대했다. 그는 아버지의 재산을 현명하고 유능하게 관리하는 사람인 것이 판명되었다.
126:2.8 예수와 나사렛 이웃들이 이 가정을 즐겁게 만들려고 힘이 자라는 대로 무슨 일이든 했어도 마리아와 아이들까지 슬픔의 그림자로 덮여 있었다. 요셉이 사라진 것이다. 요셉은 특별한 남편이요 아버지였고, 모두 그가 없어 서운해하였다. 그에게 말을 하거나, 마지막 축복의 말씀도 들을 수 있기 전에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니 더군다나 비극인 듯하였다.
126:3.1 열다섯 살 되던 이 해 중반이 되어서―유대인의 해가 아니라, 20세기 달력에 따라 시간을 계산하건대―예수는 가족의 재정을 잘 운영하고 있었다. 이 해가 가기 전에 저축은 거의 사라졌고, 요셉과 이웃 야곱이 공동으로 소유했던 나사렛 집들 중에 하나를 처분해야 할 필요에 부딪쳤다.
126:3.2 서기 9년, 4월 17일 수요일 저녁에, 그 집안의 아기 룻이 태어났고, 예수는 힘이 자라는 데까지, 벅차고 특별히 슬픈 이 시련 기간에 아버지를 대신하여 어머니를 위로하고 돌보느라고 애썼다[7]. 거의 20년 동안 (대중 봉사를 시작할 때까지) 예수가 어린 룻을 돌본 것보다 더 자기 딸을 귀하고 충실하게 사랑하고 기른 아버지는 없었다. 가족의 모든 다른 사람에게 그는 똑같이 훌륭한 아버지가 되었다.
126:3.3 이 해에, 예수는 나중에 사도들에게 가르친 기도문(祈禱文)을 처음으로 지었는데, 이것은 “주의 기도”로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게 되었다[8]. 이것은 어떤 면에서 가족 제단이 진화된 것이었고, 그들은 여러 형태의 찬송과 몇 가지 형식의 기도를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자기가 평소 즐겨 기도하는 것처럼―예수는 큰 아이들에게 각자 자신의 표현 방법으로 기도하는 것을 가르치려고 애썼지만, 그들은 그 생각을 헤아릴 수 없었고, 변함없이 그들이 외운 형식의 기도로 돌아가곤 했다. 나이 든 동생들에게 자기 나름대로 기도하도록 자극하는 노력으로, 제시하는 구절을 가지고 예수는 이들을 인도하려고 애쓰곤 했다. 뜻하지 않았는데, 예수가 기도를 어떻게 하는가 제시하는 이 구절로부터 대체로 만들어진 형태의 기도를 그들이 곧 모두 사용하게 되었다.
126:3.4 마침내, 예수는 가족의 각 식구가 즉석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를 드리게 하려는 생각을 버렸다. 10월 어느 날 저녁에, 낮은 돌 식탁 위에 있는 작고 납작한 등불 옆에 앉아서, 가로 세로가 45 센티미터쯤 되는 한 조각의 반반한 백향목(柏香木) 판자 위에, 목탄 조각으로 기도문을 적었고, 그때부터 계속 이것은 표준 가족 기도가 되었다.
126:3.5 이 해에 예수는 혼란스러운 생각으로 많이 고민하였다. 가족에 대한 책임은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아버지의 일을 돌보라”는 지시에 응답하여 무슨 계획이라도 즉시 실행하려던 어떤 생각도 사실상 거의 없애버렸다[9]. 땅에서 아버지의 가족을 지키는 것이 모든 다른 의무보다 우선해야 한다,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첫째 의무가 되어야 한다고 예수는 옳게 추리하였다.
126:3.6 이 해가 지나는 동안에 예수는 이른바 “에녹서”에서 한 구절을 찾아냈는데, 이에 영향을 받아 나중에 유란시아 수여 사명을 위하여 “사람의 아들”이라는 용어를 호칭으로서 채택하게 되었다[10]. 그는 유대인의 메시아 개념을 철저히 생각해 보았고 그런 메시아가 되지 않으리라 굳게 확신했다. 아버지의 민족을 몹시 돕고 싶어했지만, 외국의 팔레스타인 지배를 타도하기 위하여 자신이 유대인 군대(軍隊)를 이끌 것이라고는 결코 예상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결코 예루살렘에서 다윗의 왕좌에 앉지 않을 것을 알았다. 오직 유대 민족에게 영적 구원자나 도덕적 선생이 되는 것이 그의 사명이라 믿지도 않았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도, 일생의 사명은, 히브리 성서에 나타난 강렬한 소망과 메시아가 온다는 예언을 성취하는 것일 수 없었다. 적어도 유대인들이 이 선지자들의 예언을 이해하는 것과 달랐다[11]. 마찬가지로, 그는 결코 선지자 다니엘이 묘사했던 사람의 아들로서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126:3.7 그러나 세상의 선생으로 나설 때가 되었을 때, 자기를 무엇이라고 부를까? 그의 사명에 대하여 무엇을 주장해야 할까? 그의 가르침을 믿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를 무슨 이름으로 부를 것인가?
126:3.8 이 모든 문제를 머리 속에서 이모저모 살피는 동안, 그는 나사렛의 회당 도서관에서, 그가 공부하고 있던 묵시록들 사이에서 “에녹서”라고 부르는 이 필사본을 찾아냈다. 옛날에 살았던 에녹이 그 책을 쓰지 않았음을 확실히 알았지만, 그 책은 그에게 매우 흥미를 자아낸 것이 드러났고, 그는 여러 번 다시 읽었다. 특별히 감명을 준 한 구절이 있었으니, “사람의 아들”이라는 이 용어가 나타난 구절이다. 이른바 이 에녹서의 저자(著者)는 이 사람의 아들에 대하여 더 이야기하고, 그가 땅에서 할 일을 적었는데, 인류에게 구원을 주려고 이 땅에 내려오기 전에, 이 사람의 아들은 그의 아버지, 만물의 아버지와 함께 하늘의 영광이 가득한 궁정을 거닐었다, 빈곤한 필사자들에게 구원을 선포하러 땅으로 내려오려고, 그가 이 모든 위엄과 영광을 등지었다고 설명했다. 이 구절들을 읽는 동안에 (이 가르침과 섞이게 된 동부 신비주의 가운데 많은 것이 그릇됨을 잘 알았다), 그는 마음 속에서 응답했고, 머리 속에서, 히브리 성서의 모든 메시아 예언 중에, 그리고 유대인 구원자에 대한 모든 이론 가운데 아무것도, 겨우 부분적으로 인정된 이 에녹서에 감춰진 바로 이 이야기처럼 그토록 진리에 가깝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때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하는 칭호로서 “사람의 아들”을 채택하기로 결심했다. 나중에 대중을 위하여 일을 시작했을 때, 그는 그대로 했다. 예수는 어김없이 진리를 알아보는 능력을 가졌고, 겉보기에 무슨 근원에서 쏟아져 나오든지, 조금도 서슴지 않고 진리를 받아들였다.
126:3.9 이때가 되어서, 앞으로 세상을 위하여 무슨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하여 많은 의문을 하나하나 정리하였지만, 그는 이 문제들에 관해서 어머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가 유대인 메시아가 된다는 생각에 아직도 끈질기게 집착하였다.
126:3.10 예수의 소년 시절에 이제 큰 혼란이 생겼다. 땅에서 이룰 사명, “아버지의 일을 돌보는 것,” 온 인류에게 아버지의 사랑하는 성품을 보여주는 것에 대하여 무엇인가 해답을 얻었으므로, 그는 민족의 구원자, 즉 유대인 선생이나 임금이 온다고 언급하는 성서의 여러 구절을 다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12]. 이 예언들이 무슨 사건을 언급했는가? 그는 유대인이 아닌가? 혹은 유대인인가? 다윗의 집 출신인가, 아닌가? 어머니는 그렇다고 단언했고 아버지는 그렇지 않다고 판결을 내렸다. 예수는 자기가 그렇지 않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선지자들이 메시아의 본질과 사명을 혼동했는가?
126:3.11 결국은, 어머니가 옳을 수도 있을까? 대부분의 문제에서 과거에 의견 차이가 생겼을 때 어머니가 옳았다. 그가 새로운 선생이고 메시아가 |아니라면|, 땅에서 사명을 수행하는 동안 예루살렘에 그러한 사람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그가 메시아를 알아볼 것인가? 더 나아가서, 이 유대인 메시아와 그는 어떤 관계에 있어야 하는가? 일생의 사명을 시작한 뒤에, 그는 가족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가? 유대인 연방 및 종교와 가지는 관계는? 로마 제국과 그의 관계는? 이방인과 그 종교에 대해서는? 목수의 벤치에서 계속 일하며, 자신과 어머니와 배고픈 다른 여덟 동생의 입에 풀칠하기 위하여 힘들게 생활을 꾸려 나가면서, 이 중대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이 어린 갈릴리 사람은 머리 속에서 이리저리 살피고 심각하게 생각하였다.
126:3.12 이 해가 저물기 전에, 마리아는 가족의 저축한 돈이 줄어드는 것을 깨달았다. 마리아는 비둘기 장사를 야고보에게 넘겼다. 곧 그들은 둘째 송아지를 샀고, 미리암의 도움을 입어 나사렛 이웃들에게 우유를 팔기 시작했다.
126:3.13 예수가 깊이 생각에 잠기는 것, 기도하려고 언덕 꼭대기까지 자주 나들이하는 것, 그리고 때때로 예수가 떠올린 여러 가지 이상한 생각은 어머니를 속속들이 놀라게 했다. 어떤 때 어머니는 소년이 제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결국은 그가 약속의 아이요, 어떤 면에서 다른 소년들과 다르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두려움을 가라앉히곤 했다.
126:3.14 그러나 예수는 자기 생각을 모두 말하지 않는 것, 모든 생각을 세상에, 아니 자신의 어머니에게조차 내보이지 않는 것을 배웠다. 이 해부터 계속, 예수가 머리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밝히는 일이 꾸준히 줄어들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이 파악할 수 없는 일, 그로 하여금 특이하거나 보통 사람과 다르게 보이게 만들 것에 관하여 말하는 일이 적었다. 겉모습 어디를 보아도 그는 평범하고 전통적인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가 그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기를 몹시 바랐다. 믿을 수 있고 비밀을 털어놓을 친구를 몹시 바랐지만, 그의 문제들은 너무 복잡하여 인간 친구들이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 특별한 상황이 독특하여 그는 짐을 혼자 질 수밖에 없었다.
126:4.1 만 열다섯 살이 되는 생일이 다가오자, 예수는 안식일에 회당 설교단에 정식으로 설 수 있었다. 연설할 사람들이 없을 때, 성서(聖書)를 읽어 달라고 전에 여러 번 요청을 받은 적이 있었으나, 이제 율법에 따라서 예배를 인도할 수 있는 날이 왔다. 따라서 열다섯 살 되는 생일이 지난 뒤 첫째 안식일에, 하잔은 회당의 아침 예배를 예수가 인도하도록 주선하였다[13]. 나사렛의 신앙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였을 때, 이미 성서의 구절을 골랐으므로, 이 젊은이는 일어서서 읽기 시작했다:
126:4.2 “주 하나님의 영이 내게 다가오시니, 주가 내게 기름을 부으셨음이라[14]. 그는 온유한 자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상한 자를 싸매고, 포로가 된 자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영적으로 갇힌 자를 풀어 놓으라고 나를 보내셨도다. 하나님이 은혜의 해와 우리 하나님이 불공평 시정의 날을 선포하고,[1] 통곡하는 자를 모두 위로하고, 저희에게 재 대신에 아름다움을, 통곡 대신에 기쁨의 기름을, 슬픈 마음 대신에 찬양의 노래를 주어서, 저희가 올바른 나무라, 이것으로 주가 영광을 받도록 주가 심으신 것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126:4.3 “살 수 있도록 너희는 악이 아니라 선을 찾으라, 주, 만군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하시리라. 악을 미워하고 선을 사랑할지며, 성문(城門)에서 판결을 정하라. 어쩌면 주 하나님이 요셉의 남은 자손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15].
126:4.4 “너희 자신을 씻고, 너희 자신을 깨끗이 할지니라. 내 눈앞에서 너희가 행하던 악을 던져 버리고, 악행을 그치고 선행하기를 배우라[16]. 정의(正義)를 구하고 억압받는 자를 놓아 주라. 아비 없는 자를 보호하고 과부를 위해 간구하라.
126:4.5 “무엇을 가지고 내가 주 앞에 나아와서, 온 땅의 주 앞에 경배하리요? 태운 제물을 가지고, 한 살 된 송아지들을 가지고 내가 그 앞에 나아가리요? 산양 수천 마리나 양 1만 마리나 강처럼 많은 기름으로 주가 기뻐하실까? 내 허물 때문에 첫아들을, 내 혼의 죄 때문에 내 몸에서 난 열매를 드리리요? 아니라, 주가 우리에게 보이셨음이라. 아 사람들아, 무엇이 좋은가. 오직 공평하게 대하고 자비를 사랑하며 너희 하나님과 함께 겸손히 걷는 것밖에, 주가 너희에게 무엇을 요구하느냐?[17]
126:4.6 “그러면 땅위의 둥근 하늘에 앉으시는 하나님을 너희가 누구와 견주겠느냐? 너희의 눈을 들어 이 모든 세상을 누가 창조했는가, 누가 그 무리들을 세어서 생기게 하며, 이름으로 저희 모두를 부르는가 보라. 위대한 힘으로 그는 이 모든 것을 행하며, 힘이 강한즉, 한 가지도 실패하지 않느니라. 그는 약한 자에게 힘을 주고, 지친 자에게 힘을 더하시니라. 두려워 말라, 내가 너희와 함께 있음이로다. 절망하지 말지니, 내가 너희의 하나님인 까닭이라. 나는 너희에게 힘을 주겠고, 너희를 도우리라[18]. 옳도다, 내 정의의 바른 손으로 내가 너희를 들어올리리니, 내가 주 너희의 하나님인 까닭이라. 나는 너희의 바른 손을 잡고 너희에게 이르리니, 두려워 말라, 내가 너희를 도울 것임이라.
126:4.7 “그리고 주가 말씀하시되, 너는 나의 증인이요, 모두가 나를 알고 믿으며, 내가 영원자임을 알도록 내가 택한 나의 종이라. 나, 내가 주이니, 나 외에 아무 구원자가 없느니라[19].”
126:4.8 이렇게 읽고 나서, 그는 앉았다.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렇게 품위 있게 그가 읽은 말씀을 깊이 생각했다. 그렇게 대단히 엄숙한 그의 모습을 마을 사람들이 본 적이 없었다. 그토록 열심이고 그렇게 진지한 그의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남자답고 결의가 굳고, 그토록 권위 있는 그의 모습을 지켜본 적이 없었다.
126:4.9 이 안식일 오후에, 예수는 야고보와 함께 나사렛 언덕으로 올라갔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두 개의 반반한 판자에 목탄으로 십계명을 그리스어로 썼다. 나중에 마르다는 이 판자들을 색칠하고 꾸몄고, 이것들은 오랫동안 야고보의 작은 작업 벤치 위에, 벽에 걸려 있었다.
126:5.1 차츰차츰 예수와 가족은 몇 년 전의 소박한 생활로 돌아왔다. 옷과 먹을 것조차 더 간소해졌다. 젖과 버터와 치즈는 풍부하게 있었다. 철마다 밭의 소산을 즐겼지만, 달이 지날 때마다 더욱 검소하게 사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 아침 식사는 아주 간단했고, 제일 좋은 음식은 저녁 식사를 위해서 남겨 두었다. 하지만 이 유대인들 사이에서 가난은 사회에서 열등함을 의미하지 않았다.
126:5.2 이미 이 소년은 그 시절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가 거의 통달하고 있었다. 집과 들과 작업장에서 얼마나 삶을 잘 이해했는가는 나중에 그의 가르침에서 나타나며, 그 가르침은 온갖 단계의 인간 체험을 피부로 겪었음을 아주 넉넉히 드러낸다.
126:5.3 나사렛 하잔은 예수가 위대한 선생, 아마도 예루살렘에서 이름난 가말리엘의 후계자가 되리라는 믿음을 계속 지녔다.
126:5.4 겉보기에, 예수의 일생을 위한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된 듯하였다. 지금 펼쳐진 사태를 보건대 앞날은 밝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고 낙심하지 않았다. 현재의 임무를 잘 수행하였고, 생애의 정거장에서 |눈앞에 닥친| 여러 책임을 충실하게 처리하면서, 하루하루 계속 살았다. 예수의 일생은 낙심한 모든 이상주의자에게 영구한 위로가 된다.
126:5.5 날품팔이하는 보통 목수의 수입은 천천히 줄어들었다. 이 해의 마지막이 되어서, 예수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해서 하루에 약 25센트에[2] 해당하는 돈을 벌었다. 다음 해가 되어서, 회당의 부과금과 반 세겔의 성전 세금은커녕, 국민 세금을 물기에도 벅찼다. 이 해에, 세리는 예수한테서 여분의 세금을 짜내려고 애썼고, 하프를 가져가겠다고 을러대기도 하였다.
126:5.6 그리스어 성서의 사본이 발견되어 세리에게 빼앗길까 두려워서, 예수는 열 다섯 살 되는 생일에, 주께 바치는 성년(成年) 헌물로서 성서를 나사렛 회당 도서관에 바쳤다.
126:5.7 사고로 죽었을 때 요셉이 받을 돈에 대하여 소송이 있었고, 헤롯에 대하여 취해진 상소에 대하여 헤롯의 판결을 받으려고 세포리스로 갔을 때, 예수는 열다섯 살 되던 해 최고의 충격을 받았다. 전에 세포리스에서 회계원이 하찮은 금액을 제안했을 때, 예수와 마리아는 상당히 큰 돈을 받으리라 희망했다. 요셉의 형제들은 헤롯 본인에게 상소(上訴)했고, 이제 예수는 궁전에서 서서, 아버지는 돌아가셨을 때 한 푼도 받을 것이 없었다고 헤롯이 선포하는 것을 들었다. 그러한 부당한 판결 때문에, 예수는 결코 다시는 헤롯 안티파스를 신뢰하지 않았다. 한때 헤롯을 “그 여우”라고 넌지시 비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20].
126:5.8 이 해와 그 뒤 몇 년 동안에 목수의 벤치 가까이에서 일했기 때문에 예수는 카라반 여객들과 섞이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가족의 소모품 상점은 이미 삼촌에게 넘어갔고, 예수는 전적으로 집에 있는 작업장에서 일했으며, 거기서 가족을 보살피는 마리아를 도우려고 가까이 있었다. 이 무렵에, 야고보를 낙타 휴식소에 보내서 세계 사정에 관한 정보를 모았고, 이렇게 그날의 소식을 얻으려고 애썼다.
126:5.9 자라서 어른이 되면서, 그는 그 전과 그 후 시대에 보통 젊은이들이 겪었던 모든 갈등과 혼동을 겪었다. 가족을 부양하는 벅찬 체험은 게으른 명상이나 신비적 경향에 빠질 만큼 지나친 여유를 없애는 확실한 조치였다.
126:5.10 이 해에 예수는 집 바로 북쪽에, 상당히 큰 땅을 빌려서 가족의 채소밭으로 나누어 주었다. 나이 많은 아이들은 저마다 개인의 밭이 있었고, 농사를 잘 지으려고 열심히 경쟁했다. 맏형은 채소를 가꾸는 철에 밭에서 날마다 함께 얼마큼 시간을 보냈다. 밭에서 동생들과 같이 일하는 동안, 번거로운 생활을 피해서 자유와 해방을 누릴 수 있는 시골에서, 모두가 농장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꿈을 예수는 여러 번 품었다. 하지만 그들은 시골에서 자라고 있지 않았다. 이상주의자일 뿐 아니라 철저히 실용적인 소년이었기 때문에, 문제를 발견하는 대로 영리하고 힘차게 처리해 나갔고, 자신과 가족을 닥친 상황의 현실에 적응시키며, 개별 및 집단의 소망을 가능한 최대로 만족시키도록 그들의 조건을 적응하려고 있는 힘을 다하였다.
126:5.11 헤롯의 궁전에서 일한 대가로 아버지가 받을 상당한 돈을 그들이 받을 수 있다면, 작은 농장 하나 사는 것을 보장할 만큼 넉넉한 밑천을 모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한때 예수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가졌다. 그는 가족을 시골로 이주시키는 이 계획을 정말로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헤롯이 요셉이 받을 돈을 한 푼도 내주지 않으려 했을 때, 시골에서 집을 소유하는 꿈을 버렸다. 그 형편대로, 농장 생활의 체험을 많이 즐기려고 그럭저럭 애썼고, 이제 비둘기 외에도, 송아지 세 마리, 양 네 마리, 닭 한 떼, 당나귀 한 마리, 개 한 마리가 있었다. 잘 통제된 경영 계획 속에서, 작은 꼬마들까지도 수행해야 될 정규 임무가 있었고, 이것이 이 나사렛 가족의 가정 생활의 특징이었다.
126:5.12 열 다섯 살이 되던 이 해가 저물 때, 예수는 인간 존재에서 위험하고 어려운 그 기간을 거쳤는데, 이때는 온순한 어린이 시절과 다가오는 성년기를 의식하는 사이의 과도기였고, 성년기에는 고귀한 인품을 기르는 상급 체험을 얻기 위하여 책임과 기회가 늘어난다. 머리와 몸이 자라는 기간은 끝났고, 이제 이 나사렛 젊은이의 진짜 생애가 시작되었다.